뮤지컬 마틸다 실제 관람 후 영화와 비교.
목차
- 상상력을 펼치는 뮤지컬의 무대 도서관 vs 영화의 버스 도서관
- 탈출 마술사와 공중 곡예사 표현, 뮤지컬의 웅장함 vs 영화의 섬세함
- 영화의 장점인 카메라 무빙과 자막
- 미스 허니 선생님의 아쉬움
뮤지컬 마틸다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22년 10월 5일~ 23년 2월 26일
넷플릭스 마틸다
22년 12월 2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
뮤지컬과 영화의 마틸다를 아이와 보고 나서 아이와 내가 느낀 점의 공통부분이 있었다.
1. 상상력을 펼치는 뮤지컬의 무대 도서관 vs 영화의 버스 도서관
마틸다는 책을 많이 읽는 만큼 공상력도 뛰어난 아이다. 그리고 그런 상상력을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에게 마음껏 풀어놓는다. 뮤지컬과 다르게 마틸다 영화에서는 버스 도서관이 마을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뮤지컬이야 공간의 제약이 있어서 당연하지만, 영화의 버스 도서관은 신선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소 낯설기도 했다. 전혀 본 적 없는 신개념 도서관 시스템인데, 실제 잉글랜드에서 사용되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알록달록한 색감인 넘치는 마틸다의 동네에 버스 도서관은 잘 어울린다. 마치 아이스크림 트럭 같다. 숲 속에 있기도 하고, 멋진 노을이 지는 언덕 위에 도서관이 있기도 하다. 마틸다가 풀어놓는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 하는 배경은 아니지만, 저런 곳에 있으면 나조차도 상상력이 절로 생길 것만 같은 낭만이 있다. 하지만 사서 선생님과 나누는 이야기 시간은 마틸다가 상상력을 초능력으로 발휘하는 큰 맥락의 궤를 놓는 시간인데, 영화에서는 비중이 너무 적다고 생각된다. 뮤지컬에서 훨씬 생동감 있고 강력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것에 비해 영화에서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2. 탈출 마술사와 공중 곡예사 표현, 뮤지컬의 웅장함 vs 영화의 섬세함
뮤지컬 마틸다에서는 마틸다에 손에 쥔 탈출 마술사와 공중 곡예사의 인형극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출, 연기, 대사 모두 마틸다가 두 손에 쥔 인형으로 연기하며 실제로 마틸다 배우와, 인형 성수의 맞물리는 오디오가 웅장하게 전개되어 소름이 끼칠 정도다. 어찌 그리 긴 대사를 다 외우고 연기까지 하는지 보는 내내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두 인형으로 대사를 읊을 뿐인데도 연기와 연출의 합은 관객을 압도하는 것 같다. 다시 되뇌어 봐도 소름이 돋는다.
영화 마틸다에서는 실제 마틸다와 사서 선생님이 그 이야기의 배경에 등장하여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만들어준다. 뮤지컬보다 더 친절하고 세세한 배경과 이야기 풀이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경향도 있다. 게다가 탈출 마술과 공중 곡예를 하는 장면을 실제로 연출해서 더 사실감 느껴진다.
뮤지컬에서는 극 중 장막을 쳐서 영화 필름으로 빠르게 내용을 요약해서 풀어놓는다. 그래서인지, 사실 지금 우리 아이나 어린아이들이 탈출 마술사나 공중 곡예사가 뭔지 잘 모를 텐데 영화를 보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3. 영화의 장점인 카메라 무빙과 자막.
우리나라에 내한하는 오리지널 뮤지컬 같은 경우는 무대 옆 공간에 자막을 띄워 관객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오리지널 뮤지컬팀이 한국어가 아닌 그 나라의 말을 할 경우이다. 마틸다같이 외국팀이 내한하여 현지화한 뮤지컬 같은 경우는 자막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 의외로 알아듣기 힘든 극 중 상황이 좀 많았다.
우선 아역배우가 10살 전후의 아이들이 많다 보니 딕션이 뭉개지는 편이라 대충 상황과 맞서는 어른들의 대사를 맥락으로 파악하여 이해하는 경우가 좀 많았다. 특히 뮤지컬 마틸다 넘버들을 보면 느리게 하는 노래는 그래도 알아듣겠는데 빠르게 부르는 노래들이 워낙 많아서 사실 뭐라고 하는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중 다행은, 그나마 어른 배우들의 딕션이 너무 좋고 깔끔했다는 것. 아무튼 그런 조금의 답답함을 영화로 해소할 수 있다는 게 마틸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인 것 같다.
영화로 대사 하나하나 가사 한 단어까지 꼼꼼히 보니, 역시 문학작품 원작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마틸다의 사랑을 위한, 올바름을 위한 갈구가 더 절절히 느껴졌다. 그리고 내용을 곱씹게 되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뮤지컬 마틸다의 목소리가 재생되는 것 같다. 참 신기한 경험이랄까? 영화의 대사와 뮤지컬의 그 생생함이 동시에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대사는 거칠고, 아이들이 쓰기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 선택도 많다. 뮤지컬에서도 느꼈듯 A~Z 넘버는 한국어의 영역에서 가장 잘 풀이한 가사가 아닐까 싶다. 어쩜 그리 잘 껴 맞췄는지. 편집한 작사가의 센스가 너무 훌륭하다.
영화는 로알드 달 '마틸다'를 충실하게 소화했다. 쨍한 영화의 색감과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음악이 정말 좋은데, 영화관에서 봤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다. 뮤지컬의 웅장함을 따라갈 순 없겠지만, 영화관에서 예전에 알라딘이 흥했던 것처럼 했더라면 큰 대박을 쳤을 것 같은데.
4. 미스 허니 선생님의 아쉬움.
뮤지컬에서 허니 선생님의 등장은 나에게 마틸다의 다른 모습 같았다. 비슷해 보이면서도 마틸다와 전혀 다른 성정, 비슷한 상황인데도 용기 있는 마틸다를 보며 힘을 내는 선생님. 마틸다와 하나 같은 모습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전혀 다른 선생님으로 등장한다.
우선 인종의 다양성을 추구하여 선생님을 흑인으로 설정해 놓았는데, 조금 그 점이 아쉬웠다.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허니 선생님은 마틸다가 그런 용기가 없었더라면 커서 허니 선생님이 됐을 법했다. 생긴 것도 비슷하고 머리 스타일도 비슷하고... 다른 것은 굴하지 않는 용기를 가진 마틸다일 것이다.
그래서 나에겐 동일시가 되게 중요했는데, 영화에선 그런 연상이 되지 않았다. 감독의 의도일 수도 있고 내가 잘못 이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게 아쉬웠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뮤지컬 강력 추천
작년에 빌리엘리엇에 이어 1년 만에 마틸다를 보았다. 남편과 아이 모두 만족스러운 뮤지컬이었다. 의외로 웃음포인트가 많아서 깔깔대며 웃기도 하고, 아역배우들의 연기에 마스크 안에 내 입은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정말 멋지다. 우리 아이가 마틸다 책을 책꽂이 껴놓고 내려놓고 있진 않아 아쉽긴 한데, 그래도 우리 아이의 머릿속에 작은 자극이 가해졌을 거라 생각한다.
팁을 주자면 좌석은 꼭 VIP 11열 안쪽으로 잡는 게 극을 즐기기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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