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추천
요새는 초등학교 3학년만 돼도 아이들이 부쩍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저희 아이도 3학년이 되니 친구와의 관계가 더 중요해지고, 공부도 더 잘하고 싶어 하고, 쿨하던 모습도 사라지고.. 많은 부분에서 갑작스러운 변화가 오더라고요.
최근에도 생일 전후로 친구들과 서운함이 터져서 계획했던 생일파티도 안 하고, 핸드폰에 친구 번호를 지웠다가 다시 저장했다가 그러고, 아기 같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심술덩어리가 뾰루지로 튀어나올 것 같은 사춘기 꼬마로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탈출구는 언제나 책이기에 아이가 고학년으로 진학하면서 좀 더 지혜를 얻길 바라며 여러 책을 사서 읽혔습니다. 그중 추천할 만한 책과 앞으로 읽히고 싶은 책 몇 권을 추천해 보겠습니다.
1. 5번 레인 by 은소홀 작가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제61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6학년 수영 꿈나무 강나루의 이야기를 그린 책입니다. 읽다 보면,나도 이 시기에 이렇게 큰 변화가 휘몰아쳐 왔던가? 생각에 잠기며 저의 어린 시절을 곱씹게 되더라고요. 아마도 표면적인 변화보다는 내면의 변화가 혼돈의 소용돌이였던 것은 분명했던 것 같습니다.
기존의 다른 책들보다 훨씬 입체적인 인격상을 갖춘 나루를 보면서, 우리 아이도 이렇게 되려나 잠깐 아찔하더군요. 몸과 마음의 성장을 동반하는 사춘기에 아이들이 겪을 복잡한 감정들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기고 싶은 라이벌, 이루고 싶은 꿈, 부질없게 느껴지는 오랜 우정, 새로운 친구들... '초등시절 반드시 경험했으면 하는 멋진 이야기들의 종합 선물 세트'라는 심사평이 있었는데요, 열세 살 아이들의 고민과 선택, 좌절과 성장, 그리고 우정과 사랑이 고루 담긴 이 동화가 아이에게 잔잔한 울림이 있었으면 하네요.
저희 아이 역시 단숨에 읽은 책이고요, 그다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이야기 임에도 자신을 대입해서 읽는 건지 잘 읽더라고요. 추천드립니다.
2. 투명의자 by 윤해연 작가
교실내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일에 맞서는 평범한 아이의 성장기 같은 동화책입니다. 사춘기보다는, 성장하는 자아에 대한 영감을 얻기에 좋은 책입니다. 얼마 전 마틸다를 보고 와서 그런지, 저희 아이가 프렌치불 선생님을 떠올리더라고요. 그리고 주인공 달구는 마틸다 같다고 하고요.
세상을 바꾸는 건 소수의 큰 힘이 아닌, 함께 하는 작은 힘인 것을 알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전언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가치이기도 하며,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결정적일 때 나타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기에 위기랄 것도 없는 지금 아이들에게도 언젠가 내 인생에 위기가 온다면 난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3.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 by 황지영
새학기가 시작되고 햇빛초도 신장개업하였습니다. 모두가 전학생인 신도시 새 학교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는 유일한 공간인 햇빛초 대숲을 중심으로 갑작스러운 사고의 진실과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뒤섞이며 소용돌이칩니다.
서로 단짝이 되고 싶은 유나와 민설이, 건희. 아이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채로 은근한 경쟁, 친구를 향한 부러움과 질투,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열망 등 답을 알 수 없는 관계 속에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데요, 제법 있을 법한 환경 설정과 누구나 겪는 친구관계, 거기다가 SNS를 가미하여 아이들의 공감대를 십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입니다.
4. 기소영의 친구들 by 정은주 작가
★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더라면,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급으로 충격적인 책이었을 것 같아요. 전개부터 충격 하나 먼저 먹고 시작을 하는데요, 솔직히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죽음이 무섭다며 울었던 우리 아이에게 읽힐지 말지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는 평에 사서 읽혔고요, 제 생각보다는 크게 와닿아서 읽진 않더라고요. 어쨌든 재밌게 잘 읽은 책이긴 합니다.
아직 큰 일을 겪어본 적 없는 채린이와 친구들은 친구 기소영이 하늘나라로 떠났음을 실감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당연한 거겠죠. 하지만 곧 저마다 제대로 된 이별을 하기 위해 한데 모여 똘똘 뭉치는데요. 아이들만의 슬픔을 애도하고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모습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5. 설전도 수련관 by 김경미
작년 말에 나온 책으로 시리즈로 이어가는 책인데요 아직 1권이긴 합니다. 설전도 수련관 시리즈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서툰 어린이들을 위해 기획된 판타지 성장 동화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나윤이에게 말로 이길 재간이 없는 세아는 어느날 전학생 보라의 소개로 '설전도 수련관'이라는 곳에 찾아가게 됩니다. 무례한 말을 하는 친구에게 받아칠 말을 열심히 수련하면서 진정한 말의 힘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말의 중요함을 아이에게 늘 가르침에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이젠 아이가 저의 통제에서 많이 벗어나 있기 때문이겠죠? 친구들과 카톡이나 대화를 하는 걸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은데요, 무례한 행동과 말을 서슴지 않는 친구들에 지지 않으려고 더 독하게 말하는 면이 저희 아이에게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걸 하나하나 코치하면서도 참 답답하더라고요. 이런 걸 이렇게 일일이 하나씩 가르치려니 힘에도 부치고요. 스스로 알아서 깨닫고 좀 덜 하도록 노력하라고 이 책을 사줬는데, 저의 의도 파악을 잘했으려나 의문이 들긴 하네요.
6. 괜찮아 나탈리 1 네 모습 그대로 충분해 by 마리아 스크리반
★미국에서만 5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워싱턴포스트 최고의 그래픽노블 선정
단짝친구 릴리의 갑작스러운 절교 선언으로 나탈리의 고민과 함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진학하는 중학교에서 그래도 릴리가 있어서 덜 무서웠는데 릴리의 태도에 나탈리는 릴리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답니다. 외국 서적의 좋은 점은 모든 걸 심각하게만 보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니 오히려 유머러스하게 삶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참 닮고 싶고 더 알고 싶은 이야기가 되더라고요.
저희 아이는 그래픽 노블을 참 좋아하는데요, '엘 데포'를 제일 좋아했는데 이젠 이 책이 제일 좋다네요. 나다운 것이 무엇인가! 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친구와의 문제에서 발견할 수 있단 점이 좋았어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뭐 그런 느낌으로요. 친구관계가 서툴고 어려운 아이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네요.
7. 몬스터 차일드 by 이재문
나를 알아봐 주는 건 때로는 가족이 아닌 타인이기도 합니다. 나를 알아봐 주는 친구를 만난다는 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일가요. 이 책은 생소한 sf 크리처물이라는 장르로 가상의 돌연변이 장애를 가진 소녀와 그 주변의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차별과 편견의 극복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의 소재로 풀어놓아 어려운 길을 지름길로 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 책입니다.
평소에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가치 중 하나 아닐까요. 어른들도 못하는 것.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편견과 차별 집어치우기 등등 말이죠. 저희 아이는 이 책을 세 번 이상 봤습니다. 제가 보고 있는 것만 세 번이었고요. 그 후에도 뭔가 가슴에 남는 대사가 있었는지 중간을 훑어보기도 하더군요. 무조건 추천하는 책입니다.
8. 위풍당당 여우꼬리 2. 우정 테스트 by 손원평
"누가 뭐래도 나는 영원한 우정주의자니까."
이 문장에 꽂혀서 책을 샀는데요, 저희 아이 얼마전 카톡 상태메세지가 [친구들아, 영원하자.]였거든요. 웃음 참느라 이를 깍깨물었지 뭐에요. 아무튼 그만큼 우정이 얼마나 내 인생을 좌지우지 했던지, 저도 다 겪어봤기에 공감할 수 있었어요.
이 책은 '아몬드' 의 작가 손원평 님의 어린이들 성장 sf 동화책입니다. 1편은 자신을 사랑하려는 모습을 갖추는 자존감을 위한 책이라면 2편은 우정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제가 이 포스팅에서는 학교와 친구관계 위주로 책 리스트를 쓰고 있어서 우정이야기가 담긴 2편을 소개했습니다.
학년 여름 방학이 한창인 어느 날, 어쩐지 마음에 안 드는 윤나가 단미에게 불쑥 초대장을 보냅니다. 어긋난 관계 때문에 세상이 무너지고, 외롭고, 쓸쓸하고, 화가 나고, 답답한 느낌만 가득한 단미는 수상한 우정 테스트를 통과하고 루미와의 우정을 회복하려 합니다. 대부분 우정이 초점이기에 우정에 관해 고민이 많고 힘든 친구들이 읽으면 좋은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9.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by 이문열
너 엄석대 같다..
남편하고 학교 이야기를 하다가 무심결에 떠오른 그 이름 엄석대. 저희 아이에게도 한 번 읽혀봤습니다. 고전아닌 고전인데도 잘 읽더라고요. 그 시대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려나 싶었지만, 이문열 작가님은 별로 안좋아 하는데 이 책은 정말 명작입니다. 나중에 아이가 완장질을 할 때면, "너 엄석대 같아."라고 해줘볼려고요.
내용은 다 아실터이니 생략하겠습니다.
10. 열세 살 우리는 by 문경민
6학년 최보리는 불안감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이겨내며 살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의 불화, 화목해 보이는 친구에게 느끼는 질투심. 자꾸 엇나가는 마음. 이 상황을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무력감에도 쓰러지지 않고 주먹을 쥐는 보리. 지치지 않는 고군분투에 오히려 안쓰러움을 느끼게 되는데요.
자신에게 닥친 모진 풍파를 결국 헤쳐나가고 마는 보리의 역경을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하루를 살아내는 6학년 최보리가 우리 아이들이 아니란 법이 없지요.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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