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에 돈낭비 하지 말자.
하지만 이런 아이는 시켜줘야 한다.
예외 1. 아이가 영어를 스스로 좋아하고 배우고 싶다고 한다.
예외 2. 향후 몇 달 또는 몇 년 이내로 외국에 나가서 살아야 한다.
예외 3. 외국에서 태어나거나 자라서 영어의 감을 잃고 싶지 않다.
예외 4. 재정적인 여유가 넘쳐나서 영어에 돈을 많이 써도 아무렇지 않다.
예외 5. 부모님이 두 분 다 일하실 경우, 아이의 시간을 영어공부로 채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만 9세까지는
영어에 돈 쓰지 말자.
1. 왜 영어교육을 해야 할까? 왜?
부모 스스로 우선 영어 교육에 기준을 잡아야 한다. 왜 영어만? 우리나라 영어 조기교육이 과열되어 있으니까 휩쓸리기 쉬워서 그렇다. 어린아이들은 영어 교육부터 시키려는 학부모들이 많다. 왜냐면 유아 영어교육에 비즈니스 사업이 크기 때문이다. 나도 아이를 키울 때 6개월 엎드려 있던 시기부터 영어 전집을 들여 '흘려듣기'의 유혹을 많이 받았었다. 하지만 난 절대로 하지 않았다.
물론 유아기 때 영어를 아예 안 해 줄 수가 없는 실정이긴 하다. 워낙 주변에서 난리들이니까. 그래서 나도 몇 가지 원서나 DVD를 사서 틀어줘 봤는데, 그게 다였다. 아이가 좋아해야 시키는 거지, 억지로 아무리 해줘 봤자 서로 고통일 뿐이다.
건너 건너에 정말 영어에 열정적인 엄마가 있다. 두 아이를 다 영어유치원을 보내고 초등학교 때는 비싼 어학원을 1학년부터 보냈다. 물론 아이가 영어를 잘 쓰고 읽는다고 한다. 근데 초2 때 영어 왜 잘해야 하는데? 남들한테 "우와~." 듣고 싶어서?
내 말은, 일반적인 가정 이야기다. 위에서 얘기한 대로, 외국에서 살았거나 외국에 나가야 하거나 부모가 외국인인 이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통 평범함 가정인 우리 집 같은 경우니까 영어 잘 시키려는 사람들은 반감 가지실 필요는 없다.
우리 부부는 일찍이 영어는 입시 영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 공교육에 영어 과목이 들어올 때부터 영어를 시켰다. 우리 아이는 언어 천재도 아니고, 영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초3 때 학습지랑 화상영어만 시켰다. 영어를 잘하는 거나 좋아하지 않는데도, 학교 영어 테스트에서 거의 만점이었다. 그리고 영어 시간 수업 태도가 너무 좋아서 선생님께 칭찬을 전해 들었다. 우리 아이는 학교 수업이 재밌었던 것이다.
유튜브만 봐도, "영유 아이들에게 뒤쳐지지 않는 저학년 영어 공부." , "저학년 영어 이렇게 공부하세요." , "저학년 영어 학원 선택하는 법." 같은 내용들이 많다. 나도 영어 학원 강사 출신이고, 내 친구들도 아직 현역 어학원에 있는데 영어유치원 다니던 애들이 영어 학원 와서 잘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그 돈을 쓰고 와서도 1학년에 다시 파닉스부터 시작해야 하는 애들도 많다.
우리 아이들은 영어를 원어민처럼 발음하지 않아도 되고, 원서를 외국인처럼 읽지 않아도 된다. 영어는 단지 언어의 한 도구일 뿐, 좋아하면 엄마가 말려도 알아서 파고 들것이다.
당신의 아이, 왜 영어를 잘해야 하는가???
2. 엄마의 불안감부터 조지자.
대부분 엄마가 불안해서 그렇다.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 누군 영어를 잘한다더라, 발음이 좋다더라, 원서를 벌써 몇 권을 읽는다더라. "그렇군." 이게 안 되는 것이다. 아님 아이의 친한 친구가 다녀서 그럴 수도 있다. 아무튼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 아이도 영어를 해야 하나? 불안할 때 " 지금 영어 잘하서 뭐 하게?"를 떠올려 보자. 한국 입시 실정을 보자면, 영어는 장기적인 싸움이고 중학교부터 평가되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때 영어 잘해서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어려우니까 미리 미리 시키는 거라고 치자.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공교육 교과서를 만든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커리큘럼이 그렇게 만든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초3부터 시작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정말 영어에 너무 돈 쓰고 싶으면 모아뒀다가 초등학교 4학년 정도부터 동네에서 가장 비싼 학원을 보내자. 초등학교 1학년때 3달 걸릴 공부를, 2주면 끝낼 것이다. 뇌가 그렇게 발달한단 말이다. 초4학년때 보냈더니 애가 너무 힘들어하고 싫어하면 어쩌나... 그런 친구는 초1부터 보냈으면 초4 때 영어를 때려치울 친구다. 초4 때 너무 힘들어하면 쉬운 영어학원을 보내면 된다. 영어 노출을 초4부터 해준다는 생각으로 가면 된다. 왜냐면 영어의 본격적인 싸움은 4학년에 시작해도 3년 뒤니까, 쉽게 가도 된다.
[교육대기자 tv의 '전설의 영어강사가 전하는 영어교육 현실조언(김기훈 full버전)']을 꼭 보셨으면 좋겠다. 그래도 불안한 분들 말이다. 나는 사실 영어 강사를 하고, 큰 프랜차이즈 학원에서 처음 입사하여 교육을 들을 때도 생각했었다. "와, 상술 전다 진짜."라고. 성과나 효과를 보기 힘든데, 교육비와 교재는 엄청 비싸다. 쓰는 시간도 많다. 너무 아깝지 않은가? 돈도 시간도. 위의 예외인 사람들 빼고, 주변 사람들 때문에 아니면 주변 환경 때문에 불안이 올라와서 영어를 시키려는 사람들은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
3. 돈을 엄청 아낄 수 있다.
내가 돈 때문에 영어를 안 시킨게 아니다. 필요 없어서 안 시킨 것이다. 나는 그 돈으로 바이올린을 시켰고, 줄넘기 학원을 보냈고, 미술 학원을 보냈다.
초2인 아이가 학원에 가서 영어 원서로 "I met my friends, her name was Sarah. I wanted to play video games with Sarah, but She wanted to do other things."와 같은 이야기, 또는 "Columbus is the one who discovered America, He was Spanish and he thought that America was India, So he called the people who lived the land Indian." 이런 이야기를 영어로 보는 게 싫었다.
1분이면 이해하고 끝날 이야기를 영어 단어로 치환해서 보겠다고 지식도 아니고 문학적인 것도 아닌 이야기를 보는 게 정말 시간이 아까웠다. 물론 알면 좋다. 알면 좋은데, 저 정도 단어와 내용 6학년 때 알아도 괜찮다. 6학년 아이들이면 몇십 분이면 금방 이해하고 끝날 이야기다.
한글 책을 읽히자. 저학년 때 책을 읽으면 두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애가 똑똑해지기도 하지만, 공부 습관을 들일 수 있다. 공부 습관이야 말로 정말 중요하다. 내가 전직 학원 강사고 현직 교사가 남편인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정말 공부 습관은 돈주고도 못 산다. 영어 학원은 돈 주고 보낼 수 있는데, 공부 습관은 돈 주고 못 산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걸 지키자.
나는 우리 아이를 책을 많이 읽혔다고 생각했는데도, 웩슬러 검사에서 그 부분이 젤 낮게 나온 게 충격이었다. 쉽지 않다. 지금 예비 4학년인 우리 아이 책 많이 읽는 습관 들이겠다고, 나도 옆에서 억지로 책 읽는데 참 곤욕이긴 하다. 그래도 나도 억지로 책을 읽는다.
보통 대형 어학원 학원비가 한달에 32~20 정도 든다. 35만 원이라고 치고 1년이면 420만 원이다. 3년이면 1260만 원이다. 거기에 영어교재랑 특강비까지 하면 몇 백 더 플러스다.
이 돈 아끼자. 이 돈이면 책 몇 천권을 사 줄 수 있고, 차라리 그 돈으로 영어권 나라, 가까이는 싱가포르나 필리핀 같은, 여행을 가서 외국에서 영어를 자연스레 쓰는 모습을 보여주자. 영어가 살면서 필요한 거구나. 느끼게 해 주자. 아님 내가 추천하는 바이올린을 가르치던지, 문화생활을 많이 하자. 학원에서 바보 같은 내용을 영어로 읽게 하지 말자.
4. 대형 어학원의 부작용을 빨리 겪는다.
대형 어학원에 다녀서 잘 다니는 아이들 많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애들도 많다. 1, 2학년에 C 모 학원에 다니던 우리 아이 친구는 이제 학교 앞 영어 보습학원에 다니는데 아이의 행복도가 훨씬 높다. C 모 학원에서 방대한 숙제 양과 나머지 시험으로 힘들어했는데 학교 앞 보습학원에서 얼마나 사랑받으며 다니는지 아이의 얼굴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난 정말 이런 게 좋다. "선생님에게 환영받는 아이가 되는 경험."을 자주 시켜주시라. 선생님 친화적인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때도 학교 생활을 잘한다. 정말이다.
1, 2학년에 유명 어학원을 다녔다가 3, 4학년에 영어를 쉬는 아이들을 종종 본다. 단어 시험에 질렸거나, 오랜 시간을 힘들어했거나, 못해서 부끄러웠거나. 안 좋은 추억들이 다들 많더라. 혹시 아이가 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으면 선택권을 아이에게 주시라. 그리고 3개월 정도만 다녀보고, 아니면 과감하게 관둬야 한다. 사실 3개월도 길지만 말이다.
당연히 1학년부터 어학원 다녀서 잘된 아이들도 많다. 그렇다. 그런데 유학가는 것, 이민 가는 것 말고 잘되는 게 뭐겠는가? 수능 영어 1등급 아니겠는가? 아니면 영어를 전공하거나, 나중에 외국계 기업을 들어가면 "그때 참 어학원을 잘 보냈었구먼."하고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풋 비용에 비해 아웃풋이 좀 싱겁지 않은가.
며칠 전에, 초2에 어학원을 보내면서 너무 늦게 보내는 거 아닌가 걱정하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분은 중학교 과학 교사인데도 그러시더라. "언니, 우리 애는 이제 4학년에 영어 학원 처음 가는데요!" 아마 이 글은 학원 안 보내는 사람보다 보내는 사람이 더 많이 읽겠지. 영어로 그냥 수능 보고 앞으로도 계속 한국 살 거면, 길게 보자. 이게 내 글의 취지이다.
* 반박시, 당신의 말이 다 맞습니다. 태클 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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