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영어 교육 쉽게 따라 하자.
22년 기준 세계에서 행복한 나라 순위 1위를 차지한 핀란드는 교육의 강국이기도 하다. 수학 흥미도 세계 1위, 사교육 없이 교육 경쟁력 1위, 학업 성취도 평가 1위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핀란드. 또한 길가는 핀란드 사람 아무나 붙잡고 영어로 물어봐도 거의 다 영어로 잘 대답해 준다고 한다. 핀란드어라는 모국어가 있음에도, 분명 유럽이니까 따로 큰 학원이 없을 텐데 어째서 핀란드 사람들은 영어를 잘할까?
1. 핀란드도 만 9세부터 영어 과목을 배운다.
다른 유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핀란드 역시 외국어교육이 활발한 국가이다. 영어가 제1 외국어로 지정될 만큼 특히 영어교육을 많이 실시한다. 종합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우고 우리나라 중1 나이인 종합학교 7학년부터 제2 외국어로 스웨덴어를 배운다.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영어 과목 시작을 괜히 초등학교 3학년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었다. 모국어 다음 언어로 영어를 배우는 다른 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물론 각 나라별로, 각자 사정에 따라 아이의 언어 구사력이 다르기야 하겠다. 핀란드어가 영어랑 유사한 구조나 모계 언어냐고 물으면 대답은 No. 실상은 거의 전혀 다른 뿌리에서 나온 완전히 다른 체계의 언어라고 한다.
학교수업이 어학원처럼 재밌고 활발한 활동 위주라 아이들의 영어 성과가 좋을까? 실제로는 특히 문법과 어휘 중심의 수업을 이어 간다고 한다. 예전에 sbs 다큐에서 핀란드 초등학교 영어 수업이 나왔었는데, 그때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다. 인칭 대명사를 동사와 그대로 묶어서 외우게 하는 수업이었다. 즉, I는 be 동사일 때 am이고 You, We는 are이다. 이런 식으로 짜 맞추기로 문법수업을 진행한다면 핀란드는 아예 뭉텅이로 외우게 수업을 진행했다. 칠판에 선생님이 [ I am] [You are] [He is]... 이런 식으로 통으로 설명하고 아이들에게 반복학습을 시켰다. 이렇듯, 학습으로 접근하여 기본적인 문법부터 제대로 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과 다를 바가 없다.
2. 볼 게 없어서 영어로 된 콘텐츠를 본다.
상대적으로 유럽 국가들이 프랑스나 스페인보다 영어에 더 친숙하고 잘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적은 인구와 콘텐츠 탓에, 미국과 영국 방송 프로그램에 많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 같은 경우는 한 나라에 언어가 3가지이다.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독일어이다. 스위스 같은 경우도 4가지 언어를 쓴다. 지리적 위치에 따라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로망슈어를 쓴다. 그러니까 북유럽이 남다른 영어 교육이나 천재 같은 두뇌를 가져서 영어는 기본으로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재미있는 방송이나 노래를 듣기 위해 영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처럼 문화강국, 자국 문화 소비가 타국 소비에 뒤처지지 않는 나라도 참 드문 것이다. 드라마, 음악, 만화 등등 엄청나게 풍부한 자국 문화 덕분에 우리는 영어로 된 다른 나라의 소비거리가 필요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히려 K팝이 음악시장을 주도하고 있지 않는가. 내가 어렸을 때는 미국의 팝이 인기가 많아서 나도 팝송을 참 좋아했는데, 요새는 오히려 그렇게 공부하긴 힘든 것 같기도 하다.
특히 핀란드같이 550만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나라와 우리 나라를 비교하여 영어 노출을 하면 안 된다. 즉, 흘려듣기를 해봤자 별로 관심 없는 아이들에게 효과가 정말 미비하다. 그러니까 아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를 통해 영어를 습득하기 곤란하다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우리 아이 같은 경우도 '안녕, 자두야.' 또는 '브래드 이발소'같은 우리나라 만화를 좋아해서 미국 만화 아무리 틀어줘도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가끔 줄넘기 학원에서 듣던 팝송은 기억하고 찾아본다. 영어를 콘텐츠로 배우는 건 아이의 선택에 맡기고, 되지 않는다면 안 하는 게 낫다.
3. 영어는 도구일 뿐이다.
10년도 훨씬 전에, 초등학교에 원어민 교사가 배치되고 공교육에서 영어교육에 한참 힘쓰던 때가 있었다. 그때에 영어 발음을 더 잘되게 해 준다며 혀를 수술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하나에 꽂히면 허투루 하는 게 없다. 그 정도로 과열되던 시기가 있었다. 우리나라 영어는 미국식 발음을 참 좋아한다. 아직 초중고 교과서에도 미국식 발음으로 가르치고 수능에도 거의 미국식 영어 발음으로 나온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본 사람들은 전세계가 미국식 발음으로만 하진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싱가포르에는 싱글리쉬라고 하는 싱가포르만의 영어발음이 있다. 인도의 영어 발음, 필리핀의 영어 발음도 다 각자 자기 나라 만의 특유 발음이 가미되어 있다. 그러니 발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것이다. 미국식 발음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발음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핀란드 사람들은 자신들의 영어 발음에 대해 전혀 부끄러움이 없다고 한다. 부끄러울 이유가 없다. 영어는 누구에게 평가받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소통을 위해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험상 발음에 대해 지적하거나 업신여기는 부류는 미국식 영어를 좋아하거나 식견이 좁은 사람이었다.
사실 나의 이런 견해는 미국 유학시절의 경험이기도 하다. 나는 교환학생으로 1년간 미국 캔자스 지방에서 생활을 했는데 미국인 친구와 2인 1실 기숙사에서 살았다. 지금 생각해 봐도 엄청난 값진 경험이었다. 그 친구 이름은 쉐넌이었는데, 쉐넌은 평소에도 "넌 2가지 언어를 할 수 있어서 대단해."를 자주 말했다. 쉐넌도 전공은 스페인어였는데, 항상 저렇게 말하면서 영어에 자신감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더 거침없이 룸메이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 시절에 영어가 참 많이 늘었다. 영어는 그냥 도구일 뿐이다. 발음이나 실수에 얽매이면 늘지 못한다.
이상, 핀란드 사람들이 영어를 왜 잘하는 지 알아보았다. 우리나라와 별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다른 건, 영어 학원은 거의 없고 대부분 공교육으로 영어 교육이 운영된다는 점이겠다. 참고로 학교 영어 시험이 문법과 단어 위주로 혹독하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나라가 영어를 힘들게 한다고 억울할 필요도 없겠다. 물론 수능 영어는 너무 수준이 높긴 하지만, 핀란보다 나라는 1/3 크기이면서 인구는 10배인 나라에서 인재를 거를 용도로 어쩔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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